부호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자산을 해외로 빼돌리면서 연간 1조 4천억元의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중문판의 지난달 16일 보도에 따르면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수출과 외국인 투자가 급증하면서 대규모 해외 자본이 국내로 유입돼 경제적 이득을 누렸지만 지난해 초부터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해외로 유출되는 자본 규모가 커졌다.
부유해진 개인들은 지중해 키프로스 해변의 콘도를 구입하는 등 해외 부동산을 사들이고 기업들도 많은 돈을 들여 해외 기업을 앞다퉈 인수하는 등 해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WSJ는 “정부가 최근 자본 유출 규모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 탓에 추정치를 낼 수밖에 없지만 전문기관에 의뢰해 자체적으로 자본 유출 규모를 집계한 결과, 지난 1년 동안 국내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 규모는 2,250억달러(1조 4천억元)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약 3%에 해당하는 수치다.
심지어 연구기관 롬바드스트리트리서치(Lombard Street Research)의 찰스 듀마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년 동안 해외로 유출된 중국 자본이 3천억달러(1조 8,760억元)에 달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폐쇄된 금융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연간 5만달러(31만元) 이상을 해외로 가져갈 수 없으며 기업들도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위안화를 달러로 바꿀 수 있다.
WSJ는 “개인들은 지인의 계좌를 빌려 뭉칫돈을 분배해 해외로 빼돌리거나 직접 돈가방을 들고 해외로 가지고 가는가 하면 수출기업은 벌어들인 외화를 위안화로 바꾸지 않고 역외에 두거나 가짜 송장을 만들어 자금을 빼낸다”고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정부의 규제를 무시하고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이 대륙에서 빠져나간 돈은 대부분 부자의 상류생활을 유지하는데 소비된다. 싱가포르 등지에서 명품을 구매하고 자녀교육을 위해 막대한 미국 유학비용을 내기도 한다.
휘청대는 경제로 위기를 겪고 있는 지중해의 키프러스도 중국 부자들이 주목하는 투자대상이다. 30만유로(245만元)를 투자해 부동산을 구입하면 유럽연합 거주권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키프러스의 부동산 투자업체 파스찰리 디벨로퍼스와 파필리아 프로퍼티 디벨로퍼스는 “최근 몇달간 중국인들과 각각 90개, 30개 콘도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교수는 “예상됐던 자본 도피가 일어나고 있다. 가뜩이나 세계 경제가 나쁜 상황에서 좋지 않은 신호”라고 말했다. [김남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