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양악(兩顎) 수술을 받고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가 잇따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양악 수술을 받은 23세 여대생이 수술 후유증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벌어졌다. 이 여대생은 “수술 후 턱이 돌아가고 눈물샘이 막혀 눈물이 계속 흐르는 부작용으로 너무 힘들었다”는 글을 남겼다. 이런 현상을 두고 성형수술 전문가들은 ‘선(先) 수술, 후(後) 교정’이라는 의학적으로 검증 안 된 한국의 독특한 수술 방식이 빚은 결과라고 말한다. 또 양악 수술이 유행하면서 제대로 트레이닝 안 된 의사들이 대거 달려들어 어설픈 수술을 남발해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턱뼈와 광대뼈를 깎아 얼굴 골격 구조를 새로 짜는 양악 수술 순서는 ‘선(先) 교정, 후(後) 수술’이 원칙이다. 1년여 동안 수술에 대비해 교정 치료로 치아 위치를 미리 바꿔주고, 그것이 자리를 잡게 한 후 턱 수술을 하는 것이다. 토목공사로 치면, 터를 충분히 다지고 골격을 세우는 방식이다.
그러나 양악 수술을 시행하는 성형외과·치과 홈페이지에 가면, 어김없이 ‘선 수술’을 표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걱턱의 경우, 먼저 아래 턱을 일부 잘라내 안으로 밀어 넣는다. 당장 모양새가 보기 좋다. 그 후 1년여 동안 교정 치료로 치열을 다시 짜맞추는 방법이다. 환자들은 수술받고 나서 바로 턱이 들어간 상태가 되니, 이를 선호한다.
하지만 이 방식은 후유증을 낳을 우려가 크다. 치아와 턱관절 근육은 주걱턱인 본래 상태에 맞게 배열되고,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수술로 느닷없이 턱뼈 위치가 바뀌면, 근육과 치아가 대혼란을 겪는다.
새로 맞춰진 턱이 어느 쪽으로 돌아갈지 예측도 쉽지 않다. 턱뼈와 턱관절을 붙잡은 근육들이 중구난방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를 수술 후에 치아에 쇠줄을 대어 위치를 돌리는 교정 치료로는 제대로 바로잡기 어렵다.
어설프게 수술을 익힌 의사들이 치밀한 예측 없이 턱뼈부터 잘라, 부작용을 키우기도 한다. 이 때문에 양악 수술 후 부정교합을 호소하거나, 턱이 돌아갔다고 항의하는 의료 분쟁이 끊이질 않는다.
현재 국내에서 이뤄지는 양악 수술의 약 80~90%는 선(先) 수술이다. 당장 겉으로 드러난 효과에 매몰된 결과다. 외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다. 성형 공화국 한국인의 ‘빨리빨리’와 어떻게든 환자를 붙잡으려고 무조건 턱을 깎고 보는 의료 상업주의가 만나서 빚은 폐해다.
한 해 양악 수술은 5000건으로 추산된다. 전문의는 “치의학 교과서에는 먼저 교정 치료를 충분히 하고 수술해야 한다고 돼 있다”며 “미국·유럽에서 ‘선 수술’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선 수술’ 방식이 점점 발달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요즘 구강 구조를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3차원 CT 촬영이 발전하면서 사전에 수술 후 치아와 턱뼈의 이동 방향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