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중산층’그리스인들의 눈물

그리스 아테네에 거주하던 파나지오티스 트리안타필로풀로스는 수십년간 인쇄업자 겸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해왔다. 마지막으로 한 작업은 다국적제약회사들을 위한 포장디자인이었다.

하지만 현재 54세인 그가 요즘 하는 일은 땔감을 모으고 닭들을 돌보고 올리브 수확을 준비하는 것이다.
 
2년전 해고된 후 다른 일자리를 찾지 못한 트리안타필로풀로스는 올 여름 고향 마을로 돌아가 가족 명의로 돼 있는 작은 땅을 일구며 살아갈 수 있을지 시도해 보는 것 외엔 다른 도리가 없었다.
 
거의 5년째 지속되고 있는 경기 침체로 실업률이 25%를 넘어선 그리스의 경제발전 엔진은 이제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세계 2차대전 이후 수십년간 기를 쓰고 중산층으로 올라선 그리스 가정들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를 잃은 전문직 종사자와 자영업자들은 나이든 부모와 살림을 합치거나 귀향하고 있다. 나라가 부유해지면서 거의 도외시됐던 양치기나 화물선 선원 같은 3D 업종으로 돌아가는 이들도 있고, 아예 그리스를 떠나는 이들도 있다.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그리스 부채 경감과 새로운 구제금융 제공 방안을 모색하는 동안 그리스 경제는 꾸준히 위축하면서 한 세대에 걸친 진보상이 일시에 무효화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노조 부설 싱크탱크인 레이버인스티튜트에 따르면 그리스 최저임금자들의 구매력은 급속한 경제 개발로 도시 중산층이 형성되었던 1970년대 이래 처음 최저점을 찍었다. 평균소득은 10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가 경제 위기로 트리안타필로풀로스는 말 그대로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는 요즘 1958년 자신이 태어난 바로 그 침대에서 잠을 잔다. 밤에 자다 깨 올려다보는 천장도 어릴 때 앞으로 자신 앞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궁금해하며 올려다본 바로 그 천장이다.
 
2010년 5월 트리안타필로풀로스가 일자리를 잃고 뒤이어 아내 엘레니도 일자리를 잃기 전, 그의 가족 연소득은 3만유로 이상(24만元)이었다. 아테네에 정원이 딸린 널찍한 집에서 살았고 외식도 자주 했으며 정기적으로 휴가도 갔다.
 
하지만 올 겨울에는 난방비조차 감당할 수 없는 형편으로 전락했다. 81세된 노모 소피아가 1920년대 사용하던 페달밟는 재봉틀로 침모일을 해서 약간의 돈을 벌 뿐이다. 트리안타필로풀로스는 딸이 대학을 포기하게 될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다.
 
수십년간 부유한 EU회원국들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열심히 달려온 그리스지만 이제 그 격차는 다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1인당 생산은 2009년 EU 평균의 94%까지 올랐지만 지난해 다시 82%로 떨어졌다. 1990년대초 이후 처음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같은 남유럽 국가들도 사정은 비슷해 ‘공동의 번영’이라는 유로존 기본 목표를 무색케하고 있다.
 
그리스의 중산층 봉급자들은 일자리와 그동안 저축해 놓은 돈을 잃을 뿐 아니라 소득, 구매, 부동산 등에 대한 막대한 증세로도 타격을 입고 있다. 국제 채권단이 정한 적자 감축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위기국 정부들이 이러한 정책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가정에서 빠져나가는 소득과 그간 축적해 온 부는 새로운 경제 성장을 위한 원동력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재정 경색(financial crunch)’이 범죄와 자살률을 높이는 한편 결혼과 출산율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때 민주주의적 사회 안정의 듬직한 기반 노릇을 했던 중간소득자들은 극단주의 성향 정당이 인기를 얻고 있는 데서 드러나듯 점점 더 과격해져 간다. 요즘 여론조사에서는 급진좌파 시리자가 1위, 신나치 성향의 극우정당인 황금새벽당이 3위에 랭크된다.
 
디미트리스 스타티스와 아겔리키 캇시마르두 부부에겐 추락의 속도가 놀라울 뿐이었다. 보험업자였던 캇시마르두는 2010년 초 해고당했다. 올해 부활절 즈음에는 국제정유회사에서 머천다이징 일을 하던 남편 스타티스도 해고됐다. 회사에서 제공했던 차도 다시 회수해갔다.
 
이제 스타티스는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일을 한다. 한달 일해서 받는 800유로(6,460元)는 이전에 받던 월급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다달이 주택융자대금으로 900유로를 은행에 내야 한다.
 
“고기는 사 먹을 엄두도 못 내고 우유나 요구르트 같은 것도 먹기 힘들다.”
아기 낳는 건 뒤로 미뤘다. 39세인 캇시마르두의 나이를 고려하면 그건 영영 아기를 못 갖는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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