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명문 미대인 중앙미술대학(中央美术学院)에 한국 학생이 유학생 전체 수석으로 입학해 장학금을 받고 공부한다. 칭다오예술학교(青岛艺术学校)를 졸업한 20살 정유나(郑有娜) 양의 이야기이다.
중국의 ‘홍대 미대’로 알려진 중앙미술대학은 미술 관련 최고 명문대학이다. 중국에서 미술을 공부하려는 외국 유학생들은 매년 2백여명이 입학시험에 응시한다. 한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의 미술학도들이 몰리기 때문에 유학생 수석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노력과 열정으로 잡은 중앙미대행
정유나 양의 미술계 입문은 우연한 기회에 이뤄졌다. 중학교 졸업 후, 모델을 꿈꾸는 중국 친구가 칭다오 최고 예술 명문 고등학교인 칭다오예술학교에 시험을 친다고 하자, 어렸을 때부터 그림 공부에 관심이 있었던 정 양은 시험을 한 번 봐도 나쁠 것 없다는 생각에 친구 따라 시험을 봤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정유나 양은 “하루는 오전 8시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저녁 7시까지 밥도 안 먹고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며 “밖을 나가니 학교 문이 잠겨 있어서 수위 아저씨에게 사정을 해서 9시 막차를 타고 집으로 갔었다”고 말했다. 정 양의 집중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일화다.
그림 실력도 출중해 우수한 성적을 내자 학교에서는 1학년 때부터 학비 전액을 면제해줬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산둥성(山东省)에서 주관하는 디자인 대회에 학교 대표로 출전해 1위를 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과 열정으로 정유나 양은 중앙미술대학 시험에서 289점이라는 우수한 성적에 수석 입학했다. 올해 시험 응시자가 2백여명이었고 커트라인이 180점이었음을 감안하면 월등한 성적으로 입학한 셈이다. 학교에서는 장학금까지 보장했다.
가능성 하나만 믿고 택한 유학길
그녀는 칭다오(青岛)에 공장을 두고 사업하는 부친의 영향도 있었지만 TV 등을 통해 중국 관련 소식을 접하면서 중국에 대한 호기심을 강하게 가지게 됐다. 그리고 “중국에 가면 내 가능성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로 14살에 홀홀단신 중국 유학길에 오른 지 6년만에 중국 최고 미대 수석 입학을 이뤄냈다.
정 양은 유학생활 동안 스스로 한국인보다 중국인들과 어울리려 노력했다. 처음 중국에 와서 언어를 배운 6개월을 제외하고는 한국인이 한명도 없는 로컬 학교에 입학해 중국 학생들과 함께 생활했다. 7화실 생활 때도 외국인 전용 숙사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특별해지는 게 싫었던 정 양은 일부러 중국 학생들과 같은 방을 썼다. 지금도 주위에는 한국 친구보다 중국 친구들이 더 많을 정도다.
정 양은 학교 생활 외에도 칭다오의 벽화 봉사단체인 ‘아름인’에 가입해 고아원, 양로원 등을 방문해 벽화를 그리기도 했다.
한국 알리는 패션 디자이너 되고파
정유나 양의 다음 목표는 중앙미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세계 5대 명문 패션전문대학교 중 하나인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에 입학하는 것이다. 캘빈 클라인 등 유명 디자이너가 졸업한 이 곳에서 그녀는 2년 동안 패션을 공부해 한국을 알리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다.
이를 위해 먼저 중앙미술대학에서 한번도 없었던 한국인 교환학생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중국 학생처럼 한국 학생도 중앙미대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외국의 우수 미대에 교환학생 자격으로 건너가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예술적 지식을 배우기 위해서다. 학교 과정 틈틈이 영어공부에도 매진할 계획이다.
정유나 양은 끝으로 “도전하고 두드리는 사람은 멋있어 보이지만 실패가 두려워 웅크리고 있는 사람은 초라해 보인다”며 “내 꿈을 이루면 그 역시 다른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기에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장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