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중국에 대한 투자를 재고하거나, 중국에 있던 생산기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려는 일본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중국은 일본 기업들의 놀이터였다. 파나소닉 같은 전자기기 업체에서부터 닛산, 도요타 같은 자동차 제조사까지 범위도 넓었다. 중국에 쏟아부은 투자금은 1조달러에 육박했고, 새로 생겨난 일자리 수도 160만개에 이른다.
하지만 영유권 갈등이 빚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비롯해 중국 내 반일 시위가 이어지면서 일본 기업들은 이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 “중일갈등, 이번엔 다르다”
로이터가 지난 1일부터 17일까지 일본 기업 4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절반에 달하는 기업들이 “중국과 관계 악화로 올해 회계연도 매출이 예상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24%는 “예정됐던 중국 투자를 미루거나 투자 규모를 줄일 의향이 있다”고 했고, 18%는 “중국 공장을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판매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의류나 소매가전업체들이 먼저 중국을 떠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건비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일본 의류업체인 허니스(Honeys)의 에지리 요시히사 대표는 “중국은 경영에 매우 편리한 곳이지만 이제 그 편이성이 점차 희석되고 있다”며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로 투자처를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나 오토바이 업체들은 당장 생산기지를 옮기는 데 무리가 큰 만큼 일단은 생산 규모를 차츰 줄이고 있다. 하시모토 히사요시 일본 정책연구대학원 교수는 “이번 반일 시위의 정도는 과거와 다르다”며 “일본 기업들이 중국에서 계속 성공적인 경영을 이어가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 인도 진출 일본 기업 늘어날 듯
중국 대안으로는 중국보다 생산비용이 낮고 성장 가능성이 큰 동남아시아가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수년간 일본 기업들은 자국 경제 둔화와 소비 감소로 계속해서 인도 진출을 타진해왔다”며 “특히 주요 무역상대국이었던 중국과 긴장이 커지면서 일본 기업들은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사업을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들어 일본의 대(對)인도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15억달러로 단일 국가로는 최대다. 미쓰이인디아의 스즈키 마카토 대표는 “인도의 매력은 강한 성장과 많은 인구”라고 말했다. 미쓰이는 지난달 인도 제약회사 지분 26.7%를 인수하기 위해 6900만달러 투자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이 올들어 투자한 해외 인수 규모는 총 1017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840억달러를 넘어섰다.
타이어업체인 도요타이어앤러버는 중국으로 예정됐던 투자분을 말레이시아로 바꾸기로 했다. 일본 정부 산하의 일본무역진흥회 와카마츠 이사무 동남아시아 연구원은 “중국내 수요는 여전히 많다고 할 수 있지만 중국내 수출과 관련해서 (일본 기업들이 누릴 수 있는) 비용 감소 이점도 이제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