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의 무역결제 비중이 하반기 들어 급증하면서 위안화의 글로벌 위상 역시 높아지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중문판의 지난 11일 보도에 따르면 외국기업들이 최근 들어 위안화 무역결제를 선호하면서 위안화 절상이 제자리걸음임에도 국제무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이 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중국명 渣打银行), 중앙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과 8월 중국의 대외무역 결제액 4조2천억元 중 12.3%가 위안화로 결제돼 지난 상반기 10.7%보다 높았다. 3년 전만 해도 위안화 무역결제 비중이 1%에도 못 미쳤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또한 미국의 해외송금전문업체인 웨스턴유니온 관계자는 “중국과의 무역결제에서 위안화를 사용한 자국 고객이 지난 2분기 사이 15% 이상 늘었으며 같은 기간 영국 회사들의 위안화 결제비율도 10% 가까이 증가하고 프랑스와 호주는 각각 30%,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경제학자들은 “세계경제가 둔화되고 중국의 무역 규모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위안화 무역결제가 급증한 것은 기업의 실질적인 필요에 따른 것이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들은 위안화로 직접 결제함으로써 달러화로 환전 결제 시 수반됐던 환율 변동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매력이 있다.
분석에 따르면 중국에서 물자를 수입하는 외국기업들은 위안화로 결제할 경우, 중국 측 파트너가 환전을 하지 않아도 됨으로써 생긴 이득만큼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캐나다의 한 철강무역 관계자는 “만약 중국 공급업체가 달러를 사용해 결제하면 구매원가가 높아지지만 위안화로 결제하면 원가의 10% 정도를 절감할 수 있다”며 “최근 무역거래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회사들도 자국 통화의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환위험 대비 차원에서 위안화 결제를 반기고 있다. 과거 위안화 무역결제의 대부분이 중국 회사에 의해 이뤄졌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중국 정부에서도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위안화 무역결제 허용 기준을 완화한 것도 위안화 무역결제 비중이 늘어난 요인이다.
WSJ는 “이같이 위안화 국제화가 탄력을 받고 있지만 아직 달러화의 아성에 도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고 전했다.
실례로 중국 대륙 이외의 지역에서는 위안화 수요가 줄고 있다. 홍콩의 경우, 위안화 저축 규모가 감소세를 보였으며 인민폐 채권 발행 속도도 둔화됐다. 투자자들이 중국의 경제둔화로 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위안화 표시 자산에 대한 구매 열기가 식었기 때문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에스와르 프라사드(Eswar Prasad) 교수는 “자본시장 개방, 금융시장 자유화 등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개혁이 없다면 위안화 국제화 노력이 별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남수]